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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기제-합리화에 대하여. by 네비아찌

정신승리에 대한 잡설(및 질문) (asianote님)에서 트랙백

이웃 블로거 asianote님께서 궁금해하신
소위'정신승리'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답을 해드리는 문제에 대해 생각 중인데요,
우선은 '정신승리'의 바탕이 되는 방어기제인 합리화에 대해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섣불리 설명을 드리는 것보다, 잘 정리된 글을 인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신분석계의 권위자이신 이무석 교수님의 "정신분석에로의 초대"라는 책에서
인용을 하고자 하니,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선 방어기제란 무엇인지부터 설명을 드리자면

"인간은 마음의 평정을 원한다. 그러나 인생을 사노라면 이 마음의 평정을 깨뜨리는 사건들이
내적 혹은 외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사회적,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못하는 성적 충동, 공격적 욕구,
미움, 원한 등은 하나의 위험으로 인식되고 불안을 일으킨다.
이 불안은 본능적 욕구에 대항하는 초자아의 위협이 원인이다.
이 때 자아는 불안을 처리하여 마음의 평정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이것이 방어기제(defence mechanism)이다.
자아는 방어기제를 이용해 한편으로는 불안을 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본능 욕구를 부분적으로나마 충족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마음의 갈등과 충돌이 해소되고 평정이 회복된다.
이 과정에서 본능적 욕구와 초자아의 요구 사이에서 타협이 일어나고 절충형성(compromise formation)이
이루어진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나름대로의 욕구 충족을 얻고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절충형성의 결과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증세(symptom)이고, 성격의 특성이다."
(이무석 저, 정신분석에로의 초대,  p160)

이러한 방어기제에는 학자들 간의 견해차는 있지만 대략 30여가지가 있는데,
합리화(rationalization)은 그 방어기제 중 하나입니다.
합리화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아볼까요?

" 인식하지 못한 동기에서 나온 행동을 그럴 듯하게 이치에 닿는 이유를 내세우는 방어기제를
합리화(rationalization)라고 한다. 그 행동 속에 숨어 있는 실제 원인은 의식에서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이므로
환자는 모르고 있으며, 그로서는 가장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한다.
하지만 이 때 실제의 동기를 지적당하면 화를 낼 것이다.
<이솝 우화>중 '여우와 신포도'는 합리화의 좋은 예이다.
'한국은행의 돈이 다 내 것이다.'라고 믿고 있는 과대망상 환자가 있었다.
회진 나간 의사에게 100만원 짜리 수표를 준다. 신문지를 찢어서 만든 수표지만 진지한 태도다.
가난해 보이거나, 돈이 필요할 듯 싶은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선뜻 수표를 써준다.
그는 심리적으로 큰 부자이고 자신감에 넘쳐 있다.
그러나 담배가 떨어졌을 때는 꽁초를 주워 피운다. 꽁초를 줍고 있는 그를 다른 환자가 놀린다.
그 때마다 그는 "도장을 잃어버려서 은행에서 돈을 못 찾는다."고 진지하게 대답한다.
그의 마음 속에는 두 개의 현실이 있는 듯 하다. 큰 부자라는 현실과 가난뱅이라는 현실이 그것이다.
이 두 현실은 정반대의 것이지만 공존하고 있다. 논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것인데도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 두 현실 사이에서 모순을 느끼지 못하고 고통도 없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합리화(이 환자의 경우 '도장을 잃어버려서'라는 합리화)의 방어기제다.
이런 환자도 치료가 되어 건강한 정신을 가진 합리적인 사람이 되면,
무일푼의 부자란 있을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고, 가난한 자신의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이처럼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두 개의 심리적 현실이 공존하면서도 괴로움이 없고 갈등도 느끼지 않는 심리를
정신의학에서는 '논리 불통의 방(logic-tight compartment)'이라고 한다.
이런 심리는 소위 정상적이라는 사람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덕성을 부르짖고, 덕망과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정치인이 더러운 뒷거래를 하거나,
거짓말을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이 없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도덕성과 거짓말은 상반되고 모순되는 행동 범주임에도 불구하고 상호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심리적인 불편 없이 공존하며, 같은 행동을 반복해 간다.
어떤 기회에 이런 사실을 지적당하게 되면, '국민을 위해서.....'라거나 혹은 '피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라고 합리화를 한다.
(중략) 세상에는 자신은 더 큰 비행을 저지르고 있으면서도 남의 허물을 비난하고 헐뜯기 좋아하는
논리 불통의 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런 심리는 마음의 분열 상태로서 인격의 성장을 막고, 자기 혼란에 빠질 수 있으며
대인관계의 곤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합리화는 자기보호와 체면유지를 위한 아주 흔한 방어기제이지만
자기 기만이 지나치거나 병적으로 심할 때는 망상을 만들게 된다.
합리화는 거짓말과는 다르다.
합리화는 비의식의 방어기제로서 자기도 모르게 행동을 합리화한 것이고,
거짓말은 그 행동의 설명이 허구라는 것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
(이무석 저, 정신분석에로의 초대, p180-183)

소위 '정신승리' 반응에는 이러한 합리화 방어기제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논리적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자아에게는 너무나 두려운 일이기 때문에,
합리화를 통해 자신이 패배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느끼고 자아를 보호하려는 것이겠지요.
이것만으로 asianote님의 궁금증에 답변이 되기는 부족할 것 같아서,
저도 조금 더 공부를 해 보고 보충하는 글들을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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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sianote 2009/11/03 17:56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뭐 개인이야 합리화 전술을 쓰면 충분할지 모르지만 집단적 정신 승리의 경우에 대해서는 합리화가 그다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아닙니다.
  • 네비아찌 2009/11/03 19:50 #

    마침 아래에 위장효과 선생님이 좋은 설명을 주셨네요.
    저도 좀 더 공부해 보겠습니다.
  • 위장효과 2009/11/03 18:33 # 답글

    집단적 정신 승리라면 이드-자아-초자아의 이론가지고 설명이 어느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초자아(superego, 이걸 저희 학교 정신분석전공하신 교수님께서는 슈퍼이고라고 발음하셨...)가 자신의 내부에 있지 않고 외부, 그것도 어느 한 개인이 사회 전체의 초자아를 전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여기서는 꼭 사회 전체일 필요는 없습니다. 일부 공감하는 사람들이 한 지도자에게서 자신의 초자아를 투사하게 되고 그러면서 합리화의 과정도 벌어지게 되겠죠. 사회내 일부 집단에서도 한 지도자-대개 어떤 이론등의 창시자나 전도자-에게 지나칠 정도로 공감하여 아예 그의 사상에 대해서 원래의 창시자보다 더 몰두하는 일은 종종 벌어지니까요. 역사적으로 한 국가 전체에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초자아를 자신의 내면이 아닌 외부에서 발견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1930년대 이후 독일이지요.

    단, 집단적 정신 승리라고 해도 개개의 구성원들은 다양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아무리 집단이라 해도 그 안에는 다양한 구성원이 있게 마련-그러니 집단적 정신 승리라고 해도 실제 개개인을 1:1 로 면담해보면 각기 다르게 생각하는, 스펙트럼이 존재함을 볼 수 있습니다. 합리화의 수준또한 개체마다 다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본인 자신도 전혀 믿지 않게 되었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돌던진-유사역사가가 정통사학자에게 돌 던지고, 무안단물신봉자가 제대로 훈련된 과학자를 매도하는등-표적의 위치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 겁이 나서 계속 자신의 의견을 본인은 믿지도 찬성하지도 않으면서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요. 집단을 알기위해서는 개체를 들여다 보고, 개체를 알기 위해서는 집단을 아울러서 보는 시각이 필요한 거지요.
  • 네비아찌 2009/11/03 19:50 #

    역시 선생님은 정신과를 하셨어야.....
    훌륭한 부연 설명 감사합니다.
  • 위장효과 2009/11/03 21:25 #

    정신과 강의때까지는 재미있었는데 정신과 실습돌면서 "이건 내 갈 길이 아니다!"하고 결정을...
  • 델카이저 2009/11/04 10:39 # 답글

    한줄 요약

    "난 상처받긴 너무 소중해요"


    .......

    뭐 성폭행 같은 극단적인 사안에 대해서라면 그런대로 이해하겠는데.. 웹에서 키워 베틀 하면서 그러면.. 좀 의아하긴 하군요..ㅡ.ㅡ;;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가능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현대인들이 겪는 문제인가.. 좀 아리송 하네요..
  • 네비아찌 2009/11/04 10:42 #

    인간의 기본적인 방어기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겠지요. 당장 저 본인부터 합리화를 써먹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요....
  • 유월 2009/11/05 01:58 # 답글

    도덕성과 거짓말사이에서 심리적 갈등이 없는 상태가
    학술적으로 정의까지 있군요.
    논리불통의 방을 가진사람은 심적갈등없이 원하는 바를 하고 현실과 타협이 쉬울테니
    뻔뻔함이 부족한 저로서는 일견 부럽기도 하면서.. 무섭기도 합니다.

  • 네비아찌 2009/11/05 10:29 #

    너무 부러워하실 필요 없답니다. ^^;
    저런 방어기제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결국 주변 사람들과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뻔뻔함이 부족하시다는 건 그만큼 솔직하고 선한 마음씨를 갖고 계신단 말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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